질병정보

 제목   화병에 관하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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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 례

 

 

 

 


50대 주부가 진료 실을 들어오면서부터 한숨을 내쉬더니 기어이 눈물을 흘리며 자기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몇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하소연이다.
무능하면서도 여자 관계로 속을 썩이는 남편과 같이 살면서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 그 아이들이 하나같이 문제아에 제 구실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늘 가슴에 뜨거운 것이 돌아다니는 것 같고 음식을 먹으면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 기분이라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더운 기가 올라와 한겨울에도 창문을 열어야 잠을 잘 수 있으며 언제나 답답한 기분으로 인해 꼭 끼는 옷은 못 입는다고 한다.

 

 

2. 증상 및 진단

 

화는 분노를 뜻하기도 하며 오래 참은 결과 생긴 울화통(울분)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상태가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 화병이다.
즉, 화병이란 화나고 분하고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을 발산하지 못하고 오래 참아 쌓이고 쌓여 응어리진 병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화병은 우리 나라 민간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던 병명으로서 문화관련증후군으로 세계 정신과 교과서에 등록된 병이다.
그 나라의 특수한 전통문화나 문화적 특징에 따라 나타나는 정신질환을 문화관련 증후군이라 하는데 화병은 우리 나라의 가부장적인 억압의 문화로 인해 생겨난 우리 나라만의 독특한 병이다.
몸의 열기, 목가슴의 덩어리, 가슴 답답함, 가슴속의 치밀어 오름 등의 신체적 증상들이 특징적이며 우울, 비관, 불안 등 정신증상과 특히 하소연이 많다.
정신이 없다, 가만 잊지 못한다, 뛰쳐나가고 싶다 등의 행동 증상이 특징이다.
즉 현대 정신의학에서 이야기하는 불안신경증, 우울신경증, 신체화증상이 협쳐진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병은 환자 자신이 화병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들이 열거하는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열이 난다. 속 끓는다, 확확 단다, 열이 치민다 등의 열기와 관련되는 증상
답답함, 가슴이 뜀, 치밀어 오름, 숨막힘
옷을 벗어 젖히고 있어야 하며 더운 목욕탕이나 더운 방안에는 못있는다, 겨울에도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뜨거운 것이 치민다, 덩어리가 뭉쳐 있어 목에 걸려 있다.
소화장애, 식욕상실, 신체의 통증, 힘없고 어지러움, 저리고 진땀이 남, 오한, 구갈, 변비, 시력장애, 이명, 가슴의 통증, 생리불순 등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
의욕 없고 만사가 귀찮고 허망하고 후회되고 죽고 싶고 불안하고 정신 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등의 증상

 

3. 역 학

 

화병은 중년 이후의 가정주부에 많다.
여자는 40대에 가장 많고 남자는 50대에 많다.
전체적으로 40-50대가 65%이상을 차지하며 평균 약 9-10년 동안 앓아온 것이 특징이다.

 

4. 원 인

1)가장 흔한 원인이 가정 내 문제이다.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갈등, 남편의 외도나 술, 폭력 등의 문제, 자녀의 공부문제와 대학 실패 등, 가족의 만성질병, 가족의 죽음이나 이별, 사랑하는 아들의 입대 등 우리 나라의 특징적 가족관계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원인이 많다.
전통적으로 무정하고 짐만 되는 남편과 억압하는 시어머니, 여기에 자식들의 속썩임이 겹치면 그야말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억울하고 사회적 불공평성을 겪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2) 사회경제적 문제가 있다.
가난과 고생, 억울함,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돈 떼인 것, 부당한 재판, 승진 누락, 억울한 거짓 비판을 당한 것, 사업실패 등이 사회경제적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3) 성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같은 성격, 잘 참지 못하고 급하고 잘 삭이지 못 하고 소심하고 예민하고 내성적이며 비사교적이고 매사에 지나치게 자신을 억제하는 성격인 사람에서 화병이 잘 생긴다.
환자들 스스로가 자기 성격을 더럽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4) 우리 나라만의 독특한 한의 문화도 원인의 하나이다.
한은 성인이 된 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반복해서 겪고 있는 외적요인들에 대한 감정반응이다. 현실생활에 원인이 있으므로 완전히 억압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화는 사랑, 즉, 정이 거절당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남편이 부인에게 잘하지 못하면 화가 나고 재미없는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이것이 오래가면 한이 되는 것이다.
한은 또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을 모르고 자라거나 정을 거부당하면 사람들은 인정을 못 받는다고 느끼므로 적개심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적개심은 화가 되어 몸과 마음에 그야말로 불처럼 해를 끼친다. 마음에 열불이 나면 얼굴이 빨개지고 진땀이 나고 가슴이 뛰고 숨이 답답해진다. 참노라면 속이 상하고 썩는다. 퇴비가 썩으면 열이 나듯이 열이 난다. 더 오래 되면 화가 마음과 몸 깊이 응어리로 남는다. 응어리진 화는 화로 속의 불씨와 같다. 재로 덮여있 어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으나 언젠가 기회가 오면 불로 타올라 몸과 마음을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그 기회란 사소하더라도 과거의 억울하고 분한 기억을 건드릴 때이다. 예를 들자면 무시하는 말, 억울한 말을 듣거나 손해보거나 당했다고 느끼는 일 등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으나 화가 차 있는 사람은 그것이 큰 자극이 되어 분통을 터뜨리고 속을 끓이게 된다.
억눌려 있던 불씨가 타오르는 것이다.

 

5. 치료

 

화병은 충격이, 갈등기, 체념기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
대개 9-10년 동안 진행된 만성질환이고 치료 중 중도탈락이 많기 때문에 예후가 좋은 편은 아니다.
약물치료로는 항불안제제나 항우울제 등을 쓰면 증상이 좋아지지만 환경적 치료없이는 재발되기 쉽다.
초기에 화를 풀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환자에서는 화병이라고 하면 동정해 주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대인관계의 한 수단으로 시용하기도 한다.
요즘 신세대들의 특징이 할 말 다하고 참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화병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정신적 질환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화병은 분노와 그 억제가 가장 큰 특징이므로.

출처 :
http://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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